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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으로 돌아 가시도록 [이충호 변호사]
당근으로 산 물건에 문제가 있을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본문

거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물건을 확인했더니 문제가 있습니다. 설명과 다른 상태, 작동되지 않는 기능, 심지어 사진과는 전혀 다른 물건.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중고는 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거나, 아예 연락이 끊깁니다.
당근마켓을 비롯한 중고거래 플랫폼 피해는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5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당근마켓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88건으로, 2021년 3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9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입니다. 경찰청 통계에서도 직거래 사기 피해 금액은 2021년 2,574억 원에서 2025년 8,741억 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피해를 당하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넘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 민사적 구제도, 형사 고소도 가능합니다. 어떤 경우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중고거래에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먼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했다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됩니다.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청약을 철회하고 환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근마켓 같은 개인 간 거래는 다릅니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일반 개인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판매자가 사전에 "환불 불가"를 명시했고, 물건에 명백한 하자나 허위 설명이 없다면 단순 변심을 이유로 환불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개인 간 거래에는 민법이 적용됩니다. 핵심은 하자담보책임과 사기죄입니다.

하자담보책임 — 속인 게 아니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판매자가 고의로 속인 것은 아니더라도, 물건에 숨은 하자가 있었다면 민법상 하자담보책임(민법 제580조)을 물을 수 있습니다.
매매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매도인은 민법 제580조에 따라 매수인에 대하여 그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부담합니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 참조). 하자의 존재 여부는 매매계약 성립 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되려면 매수인이 선의·무과실이어야 합니다. 구매자가 하자를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알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하여 몰랐던 경우라면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권리행사 기간도 중요합니다.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582조). 이 기간을 놓치면 권리가 소멸합니다.
중고거래 특성상 하자담보책임 적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판매자가 중고임을 명시하고 있었고 외관상 확인 가능한 상태였다면, 매수인의 과실이 인정되어 책임 추궁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숨겼거나 설명과 명백히 다른 부분이 있을 때 주장이 강해집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 —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
하자담보책임은 민사의 문제입니다. 형사 고소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판매자가 처음부터 물건을 팔 의사나 능력이 없었거나, 고의로 물건 상태를 속여서 돈을 받은 경우라면 형법상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구분은 이렇습니다. 단순히 설명이 부정확했거나 물건 상태를 과장한 정도라면 민사 문제에 그칩니다. 반면 처음부터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거나, 전혀 다른 물건을 보내거나, 심각한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긴 경우라면 기망행위가 인정되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할 경우, 단순히 "물건을 못 받았다"는 내용으로는 수사가 느리게 진행됩니다. 처음부터 물건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정황, 이를테면 연락 두절, 허위 매물 게시, 다수 피해자 존재 등이 고소장에 담겨야 수사기관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증거 수집과 초기 대응
문제가 생겼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당근마켓 채팅 내역은 반드시 캡처해두십시오. 판매자가 물건 상태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는지, 어떤 사진을 올렸는지, 거래 후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모두 중요한 증거입니다. 판매 게시글도 삭제되기 전에 화면 저장해두어야 합니다.
물건의 하자는 사진과 영상으로 꼼꼼히 기록하십시오. 계좌이체 내역, 거래 날짜와 금액도 챙겨두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직거래를 했다면 장소, 시간, 판매자와 나눈 대화 내용도 메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판매자에게는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연락하고, 어떤 요구를 했는지, 상대방이 어떻게 답했는지를 남겨두십시오.

법적 대응 방법 — 내용증명부터 소송까지
증거를 확보했다면 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우선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계약 해제와 대금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분쟁 발생 시 의사표시 시점을 증명하는 자료로 쓰이고,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이 됩니다.
판매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을 검토해야 합니다. 청구 금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른 소액심판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없이도 비교적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고, 법원 인지대도 일반 소송에 비해 저렴합니다.
사기 정황이 인정된다면 경찰이나 사이버수사대(ECRM, https://ecrm.police.go.kr/minwon/main)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은행에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제출하며 판매자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것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배상명령 신청 제도를 활용하면, 형사 절차 안에서 피해 금액 배상 명령을 함께 구할 수 있어 별도 민사소송 없이도 집행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 금액이 적어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소액이라고 그냥 넘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같은 판매자에게 당한 피해자가 여럿 있다면, 피해 금액 합산으로 형량이 달라지고 수사기관의 태도도 달라집니다. 혼자 참지 말고 동일 피의자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공동 대응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강한 압박이 됩니다.
분쟁 상황에서 어떤 경로로 대응할지, 하자담보책임으로 민사 청구를 할지 사기죄로 형사 고소를 할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판단이 어렵다면 변호사와 초기 상담을 받아두시는 편이 시간과 비용 모두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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